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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코로나19·독감 겹친다… "코 점막 방어력 높이는 과학적 방법은"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큰 '환절기(transitional season)'는 호흡기 건강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시기다. 큰 일교차와 건조한 대기는 인체 면역력을 저하시키고 호흡기 점막의 방어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로 인해 기침, 콧물 등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여러 호흡기 질환이 동시에 유행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문제는 이러한 증상이 단순한 계절성 감기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인플루엔자(독감, Influenza) 같은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은 초기 증세가 감기와 흡사하여 감별이 어렵지만, 질환의 경과나 위험도는 현저히 달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에 호흡기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환경적 요인을 짚어보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효과적인 예방 전략을 살펴본다.
큰 일교차와 건조한 대기, 호흡기 방어력 저하 요인
호흡기 질환이 유독 환절기에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몸은 급격한 기온 변화에 대응해 체온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자율신경계의 에너지 소모가 늘어난다. 이는 신체에 생리적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 분비를 촉진하고, 결과적으로 면역세포의 전반적인 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서늘하고 건조한 대기 역시 호흡기 바이러스에는 최적의 환경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를 비롯한 다수의 호흡기 바이러스는 기온이 낮고 건조한 환경에서 생존력이 강해지고 전파력도 높아지는 특성을 보인다. 낮은 습도는 바이러스가 섞인 비말(침방울)이 공중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호흡기 점막을 건조하게 만들어 바이러스 침투를 용이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환절기에는 실내 활동이 늘면서 한정된 공간 내 바이러스 농도가 높아지는 점도 감염 위험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최근 통계는 환절기를 앞두고 호흡기 질환의 유행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입원환자 수는 지난 6월 말부터 추석 연휴 직전까지 11주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또한 9월 셋째 주(9월 14~20일)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분율은 외래환자 1,000명당 8.0명을 기록하며 4주 연속 상승했다. 이처럼 각종 호흡기 질환의 발병 위험이 여전히 상존하므로, 면역력이 저하되기 쉬운 환절기에는 개인위생 수칙을 더욱 준수하고 호흡기 건강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비강, 바이러스의 주요 침투 경로이자 1차 방어선
호흡기 바이러스는 비강(코, nasal cavity), 구강(입) 등 외부 환경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점막 조직을 통해 인체로 침투할 수 있지만, 이 중에서도 비강이 주된 감염 경로로 지목되는 데에는 생리학적 이유가 있다. 구강으로 유입된 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위산에 의해 사멸될 확률이 높은 반면, 비강은 바이러스가 증식하기에 최적의 온도와 습도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비인후과 전문의 박지혜 원장(경대연합이비인후과)은 "콧속 점막이 여러 면역 기능을 갖추고 있음에도, 상당수 바이러스는 이 방어 체계를 우회하는 기전을 지니고 있다"며, "이로 인해 코를 통해 들어온 바이러스가 하부 호흡기까지 신속하게 번질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2019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된 예일 의과대학 연구에 따르면, 낮은 습도의 건조한 공기는 바이러스에 대한 1차 방어선인 코 점액섬모의 청소 기능(물리적 방어벽)과 선천적 항바이러스 면역 반응을 손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습도 환경에서는 바이러스 감염에 대항하는 인터페론 관련 유전자(면역학적 방어벽)의 발현이 감소하여,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한 인체의 방어력이 저하될 수 있음이 확인됐다.
박 원장은 "코 점막은 일정한 습도와 온도가 유지될 때 섬모운동과 점액분비가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며 "건조한 환경은 이러한 방어 기능을 약화시킨다"고 부연했다. 이 밖에도 ▲과도한 콧털 제거 ▲흡연 ▲미세먼지 ▲알레르기 비염 ▲전반적인 면역력 저하 등도 코 점막의 방어 기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잔토모나스'와 '카모스타트', 바이러스 부착·침투 막는 2단 방어
코의 자체 방어 기능이 다양한 외부 요인으로 인해 저하될 수 있는 만큼, 최근에는 이를 보완하고 감염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줄이기 위한 과학적 접근법이 주목받고 있다. 핵심은 바이러스가 점막 세포에 도달하는 것을 물리적으로 차단하고, 설령 장벽을 통과하더라도 세포 내로 진입하는 과정을 억제하는 '2단계 방어' 전략이다.
현재 알려진 대표적인 성분으로는 '잔토모나스 발효 추출물(Xanthomonas Ferment Extract)'과 '카모스타트(Camostat Mesylate)'가 있다. 먼저, 점막 친화성이 높은 고분자 물질인 잔토모나스 발효 추출물은 코 점막 표면에 얇은 물리적 장벽을 구축해 바이러스의 부착을 억제하는 1차 방어선 역할을 수행한다. 만약 바이러스가 이 장벽을 통과하더라도, 2차적으로 카모스타트 성분이 바이러스의 세포 침투에 필수적인 효소(TMPRSS2)의 활성을 저해하여 감염을 막는 방식이다. 두 성분을 함께 적용했을 때 항바이러스 효과가 더욱 증대된다는 사실은 국제 학술지 '바이러스(Viruses)'에 게재된 연구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한편 시중에는 이러한 원리를 적용한 비강 스프레이 형태의 제품도 출시되어 있다. 약 1회 분사로 비강 내 80% 이상 면적에 물리적 방어막을 형성할 수 있으며, 여러 연구를 통해 바이러스의 초기 접촉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환절기 건강의 최종 방어선, '신체 면역력'
바이러스가 인체의 여러 방어 체계를 뚫고 세포 안으로 침투하더라도, 면역 체계가 건강하다면 질병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거나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이러한 면역 기능 유지에는 특정 성분의 역할이 중요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비타민 B6, B9, B12는 NK세포와 T세포 등 주요 면역세포의 생성과 활성화에 직접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간 기능 개선 성분으로 알려진 우르소데옥시콜산(UDCA, Ursodeoxycholic acid)은 바이러스의 침투 경로를 차단하는 효과가 확인되어 주목된다. 2022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연구 결과, UDCA가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의 주된 세포 침투 통로인 'ACE2 수용체'의 발현을 줄이는 기전이 확인된 바 있다. 이는 바이러스가 변이를 통해 면역 체계를 회피하더라도 진입 경로 자체를 줄여 감염 효율을 낮출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아울러, 박지혜 원장은 건강한 호흡기 면역 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생활 습관을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 충분한 수분 섭취: 건강한 점막 유지에 필수
● 주기적 햇빛 노출: 면역력 유지를 위한 기본 조건, 주 3~4회, 15분 이상의 햇빛 노출은 비타민 D 합성에 기여
● 균형 잡힌 생활 습관: 적절한 운동, 스트레스 관리, 균형 잡힌 식단 유지
● 철저한 개인위생: 감염 위험이 높은 시기에는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생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