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마취통증의학과

배에 가스가 차는 것은 음식이 소화되는 정상적인 과정이다. 정상인의 경우 하루 평균 10~12회의 방귀와 500~600mL의 가스를 배출한다. 

그러나 평소보다 배에 가스가 많이 차고 방귀 횟수가 잦아지면 문제가 된다. 속이 더부룩하고 복부 팽만감이 느껴지며, 꾸르륵 소리가 나거나 복통이 동반되기도 한다. 심한 경우 배변 장애로 이어져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을 수 있다. 과도한 가스를 유발하는 원인 9가지를 살펴본다.

1. 불규칙한 수면 패턴 
불규칙한 수면 패턴은 장에 서식하는 다양한 미생물 군집인 장내 세균총의 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다. 장내 세균 불균형은 메탄과 수소 수치를 급증시켜 가스 생성을 증가시키고, 경련, 메스꺼움, 설사, 변비와 같은 소화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주말을 포함해 매일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것을 권장하며, 매일 밤 최소 7시간의 수면을 취하는 것이 좋다.

2. 특정 약 복용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계열의 진통제)는 위와 장의 점액 생성을 방해해 위벽을 자극하고 염증을 유발하여 과도한 가스가 발생할 수 있다. 콜레스테롤 저하제(스타틴), 특정 항우울제, 항생제, 완하제, 위산 억제제도 위장에 영향을 주어 가스를 유발한다. 

만약 복용 중인 약이 가스의 원인이라고 생각된다면, 동일한 효과를 내는 다른 약물로 조정할 수 있는지 의료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3. 식사 중 대화
음식을 먹는 동안 공기를 삼키는 것은 과도한 가스 유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공기연하증(aerophagia)'이라고 하는데, 반복적으로 과도하게 공기를 삼키는 증상을 의미한다.

미국 의학박사 페이턴 베루킴(Peyton Berookim, MD)은 건강 매체 '이팅웰(Eatingwell)'을 통해 "식사 중 대화로 인해 공기가 식도로 들어가 위와 소장에 축적된다"며 "음식을 천천히 씹고 삼킨 후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4. 극심한 스트레스
스트레스는 신체가 음식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방해해 소화 속도를 늦춘다. 이에 따라 몸 안에 박테리아가 축적되어 과도한 가스와 복부 팽만을 유발한다. 또한 위장에서 염산 분비를 증가시켜 장에 가스가 축적되게 한다. 

심호흡, 운동, 요가 등으로 스트레스를 정기적으로 해소하는 것이 좋다. 또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음식을 더 빨리 먹는 경향이 있다. 식사 속도에 주의를 기울여 과도한 공기 섭취를 방지하여 가스가 차는 것을 막는 것이 좋다. 

5. 유산소 운동 증가와 급하게 물 마시기 
유산소 운동은 심박수와 호흡수를 증가시켜 더 자주, 세게 호흡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입을 통해 공기를 들이마시게 되고, 소화 기관을 물리적으로 흔들어 가스가 증가할 수 있다. 

페이턴 베루킴은 "식사 후 최소 30~60분 뒤에 운동하는 것이 운동 중 가스 증상을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콩, 양배추, 브로콜리와 같은 가스 유발 음식을 운동 전에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한 운동 직후 물을 급하게 마시면 물과 함께 공기도 삼키게 된다. 이때 삼킨 공기가 트림으로 배출되지 않으면 가스가 차게 된다. 따라서 물을 천천히 조금씩 마셔 과도한 공기 섭취를 예방하는 것이 좋다. 

6. 변비와 고섬유질 음식 섭취 증가 
변비는 가스가 차는 가장 큰 원인이다. 대변이 오랫동안 대장에 머무르면 소화 과정이 느려지고, 박테리아가 발효할 시간이 더 많아진다. 이에 불편할 정도로 배가 부풀어 오르고 가스가 찰 수 있다. 과일과 채소 위주의 식단으로 섬유질 섭취를 늘리면 소화 기관의 수분 유지와, 대변 부피 증가에 도움이 되어 변비를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고섬유질 음식 섭취량을 급하게 늘리면 과도한 가스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콩과 같은 고섬유질 음식에 포함된 올리고당(oligosaccharides)이라는 복합 탄수화물은 장내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되면서 질소 가스를 생성한다. 또한 섬유질은 소화 기관에서 흡수되지 않고 발효되면서 대장이나 결장에 가스를 축적시킨다. 

미국 등록 영양사 셰릴 무사토(Cheryl Mussatto, RD)는 "하루에 25~30g의 섬유질 섭취를 목표로 하되, 몸이 추가 섬유질에 익숙해지도록 섭취량을 몇 주에 걸쳐 늘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7. 고지방 음식 섭취
핫도그, 버거, 감자튀김, 베이컨 등 고지방 음식은 배를 부풀게 하고 가스가 차는 느낌을 준다. 고지방 음식은 장 운동성을 떨어뜨려 박테리아가 소화되지 않은 음식을 분해하면서 대장에서 수소, 이산화탄소, 메탄 생성을 증가시킨다. 

과일, 채소, 견과류, 살코기, 생선 등으로 지방이 많은 음식을 대체하고, 물을 충분히 마시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8. 대장균, 살모넬라 감염
장내 대장균, 살모넬라 등의 병원체 감염은 설사, 복부 팽만, 가스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균들은 소장에 염증을 유발하고, 특히 소장의 첫 부분인 십이지장에 염증이 생기면 위에서 소장으로의 내용물 이동이 지연되어 복부 팽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감염 후 회복하는 동안 물을 충분히 마시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증상이 나아질 때까지 유제품, 고지방, 고섬유질, 매운 음식은 피해야 한다. 향후 감염을 예방하려면 회복 후 식물성 식품이 풍부한 식단으로 충분한 섬유질 섭취하고, 손을 자주 씻는 것이 중요하다.

9. 수면 무호흡증 
수면 무호흡증이 있는 많은 사람들은 잘 때 입으로 숨을 쉰다. 입으로 호흡하면 더 많은 공기를 삼키게 되어 배가 부풀어 오를 수 있다. 

수면 무호흡증 치료에 사용되는 CPAP 기계(정압식 양압기)는 수면 중 적절한 호흡을 돕지만, 위에 공기를 채워 가스를 증가시킬 수 있다. CPAP 압력이 너무 높으면 여분의 공기가 식도를 통해 위로 들어가게 된다. 반대로 압력이 너무 낮으면 공기를 빠르게 들이마시게 되며, 이 공기 역시 식도를 거쳐 위로 향한다. 

CPAP 기계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개인에 맞춰 미세 조정이 필요하다. 이 기계 사용 후 유난히 가스가 찬다면, 전문가와 상담해 CPAP 압력을 조정하거나 다른 치료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