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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 추위 못 느낀다?"... 고령층 한랭 질환 취약 이유와 응급 대처법
기온이 급격히 떨어짐에 따라 한랭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3~24절기 한랭 질환으로 신고된 환자는 400명이었고, 이 중 사망자는 12명에 달했으며 대부분이 65세 이상 고령층이었다. 이렇듯 고령층이 한랭 질환에 취학한 이유에 대해 가정의학과 전문의 이상욱 원장(인천참사랑병원)은 "고령층에서 한랭 질환 발병률이 높은 이유는 말초 혈관 수축 반응과 추위 감지 능력이 둔화되어 체온이 떨어져도 고령자는 '덜 추운 것처럼' 느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랭 질환의 종류와 증상, 올바른 대처법까지 이 원장 도움말로 자세히 알아본다.
고령층 한랭 질환 많은 이유… 체온 조절 중추 기능 저하 때문
한랭 질환은 저온 환경에 노출되어 인체의 체온 조절 기능, 즉 신체의 열 생산 및 보존 능력이 손상되어 나타나는 모든 질병을 말한다. 이런 질병들에 고령층은 더욱 취약하다. 나이가 들면서 체온 조절 중추인 시상하부 기능이 약해지고, 열을 만들어내는 반응도 둔해지기 때문이다. 이상욱 원장은 "고령층은 체온 조절 중추인 시상하부 기능이 저하되어 열 생성 반응이 약해지고, 근육량과 피하지방 감소로 열 생산 보존 능력이 떨어지는 데다가 말초 혈관 수축 반응과 추위 감지 능력이 둔화되어 체온이 떨어져도 '덜 추운 것처럼' 느끼는 경향이 있어 한랭 질환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라고 말했다.
증상별 대처법 달라… 핵심은 체온 유지, 서서히 따뜻하게
대표적인 한랭 질환으로는 저체온증, 동상, 동창, 침수병, 한랭 두드러기 등이 있다. 이 원장은 다음과 같이 증상들의 특징과 대처법을 설명했다.
• 저체온증
처음에는 심한 떨림이나 피부 변화가 나타나지만, 체온이 떨어짐에 따라 서맥, 호흡 저하, 기억상실이 나타나고 심할 때는 의식소실, 부정맥 등의 증상까지 발생한다. 급성 저체온증은 수 분에서 수 시간 내에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우로, 주로 혹한에 노출, 익수, 외상 등 실외 상황에서 발생한다. 초기에는 심한 떨림, 극심한 피로, 혼란이 나타나므로 가급적 빨리 병원 등으로 이송하거나 즉각적인 체온 상승이 필수적이다.
반면 만성 저체온증은 며칠에서 수 주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며, 난방 부족, 고령, 영양부족, 약물 등 실내 요인과 기저질환이 주요 원인이며, 초기에는 떨림이 거의 없고 무기력, 혼미, 식욕저하 등이 나타나 구분이 어려울 수 있다. 재가온은 급성 저체온증보다는 천천히 진행하고 기저질환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응급 시 젖은 옷을 벗기고 담요 등으로 체온을 유지하며, 따뜻한 음료를 제공하고 안전하고 따뜻한 장소로 이동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심할 경우 부정맥, 의식소실에 대비하여 즉각 병원 이송도 고려해야 한다.
• 동상, 동창
동상과 동창은 모두 추위로 인한 국소 손상이지만 원인과 심각도에서 차이가 있다. 동상은 영하의 혹한 환경에서 조직 내 수분이 얼어 세포가 파열되면서 발생하며, 주로 코, 귀, 손가락, 발가락처럼 노출된 부위에 나타난다. 동상 초기에는 감각 소실과 창백이 주로 나타나고, 재가온 후에는 통증과 수포, 심하면 괴사와 절단까지 이어질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반면 동창은 0~15도 정도의 비교적 덜 추운 환경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때 생기며, 조직이 직접 결빙되지는 않고 혈관 염증과 순환 장애로 발생한다. 이 또한 코나 귓불, 손가락, 발가락과 같이 노출된 부위에 나타나며 붉은 반점, 가려움, 부종 등이 나타날 수 있으나 동상과 같은 심한 증상은 드물다. 일반적으로 증상이 경미하지만 재발 가능성이 높다.
치료는 37~39도의 따뜻한 물에 동상 걸린 부분을 담가 빠르게 재가온하되 물집은 터뜨리지 않고 동상 부위를 문지르지 않는다. 20~40분간 서서히 재가온하며, 감염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창의 경우 서서히 따뜻하게 하고 보습을 유지한다. 급속 가온을 피하고 서서히 따뜻하게 해주며 감염에 주의한다.
• 침수병(침수족)
장시간 차가운 물 혹은 습기에 노출되었을 때 나타나는 것으로, 순환장애로 인해 감각 저하, 창백한 피부, 발적이나 수포 등이 나타난다.
발병 시 즉시 건조하고 혈액 순환을 위해 발을 살짝 들어 올린 뒤 천천히 재가온한다. 혈액 순환 혹은 마찰열을 내기 위해 문지르는 것은 증상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어 하지 말고 걷기나 압박도 피하는 것이 좋다.
• 실내 한랭 질환
한랭 질환은 실외뿐만 아니라 실내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실내 한랭 질환은 난방 부족, 습기, 차가운 바닥이나 욕실 환경 등 장시간 낮은 온도에 노출되면서 서서히 체온이 저하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고령층과 거동이 불편한 환자처럼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집단에서 흔히 발생하며, 장시간 움직이지 않는 자세나 기저질환이 위험을 더 높인다. 특히 실내 한랭 질환은 체온 저하가 서서히 진행되어 발견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에 평상시 실내 기온을 20도 정도로 맞추고 생활하는 것이 좋다.
고혈압, 당뇨병 약 복용 중이면 한랭 질환 위험 높아
일부 만성질환 약물은 한랭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젊은 층에 비해 만성 질환 약 복용률이 높은 고령층이 한랭 질환에 더 취약한 또 다른 이유다. 이상욱 원장은 "고혈압 약인 베타차단제는 혈관 수축과 심박출량을 감소시켜 몸이 열을 만들고 유지하는 능력을 떨어뜨린다"며 "당뇨병 약은 저혈당으로 인해 초기 저체온 증상을 알아차리기 어렵게 하고, 항우울제나 항정신병약물은 시상하부 체온 설정점을 변화시켜 열 생산과 손실의 조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갑상선 호르몬제나 이뇨제도 각각 대사기능과 체온 유지에 영향을 미쳐, 결국 이런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는 추위에 더 취약하게 된다.
잘못 알려진 민간요법... 문지르기·술 마시기는 금물
한랭 질환이 발생하면 빨리 처치해야겠다는 마음에 잘못된 민간요법으로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있다. 흔히 잘못 알려진 민간요법은 동상 부위를 문지르거나 마사지하는 것이다. 이상욱 원장은 "동상 부위를 문지르거나 마사지하는 행위는 세포막이 파괴되어 조직 손상을 증가시키므로 금기"라며 "뜨거운 물(50도 이상)이나 불을 이용한 직접적인 급속 재가온도 화상을 유발해 조직에 심각한 손상을 주므로 적정 온도인 37~39도 정도의 물을 사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술을 마시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원장은 "술을 마실 경우 말초혈관이 확장되어 열 손실이 빨라지고 상황 판단이 흐려져 저체온증 등의 위험이 증가한다"고 경고했다. 이외에도 눈이나 얼음으로 문지르는 행위 역시 추가 냉각을 유발해 피해를 더 크게 한다.
평소 생활 관리가 가장 중요... 실내 온도 20도 이상 유지
한랭 질환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평소 생활 관리다. 이상욱 원장은 "실내는 19~20도로 유지하고, 특히 고령자와 만성질환자는 20도 이상을 권장한다"며 "외출 시에는 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 입고, 모자, 목도리, 장갑 등 체열 손실이 큰 부위를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외에도 젖은 옷은 즉시 교체하고, 충분한 영양과 수분을 섭취해 열 생산과 체온 유지를 돕는 것이 좋다. 음주 후 외출은 피하고, 심혈관, 당뇨, 갑상선 질환자는 기온이 크게 떨어질 때 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복용 중인 약물과 한랭 노출 위험에 대해 주치의와 상담하는 것이 안전하다.